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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The Goal < 엘리 골드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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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C, SCM, 제약이론

 

 단순히 알파벳 3개를 연결한 단어이지만, SCM 이라는 단어는 이른 아침의 새벽공기 만큼이나 낯설었다. 먹고살고 있는 업이‘공급사슬관리’와는 거리가 있어 나와는 조금의 일면식도 필요 없을 줄 알았지만, 얕은 경험으로도 생산과 관리라는 것이 굳이 어려운 경영의 이론과 실행이 아니라 일상의 어느 장소나 시간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요일 저녁 가족과의 식사를 위해서 메뉴를 고민하고, 함께하는 사람의 숫자를 고려하며 저녁을 준비한다.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의 수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미 뱃구레를 키울만큼 키운 어른인지 아니면 어린아이인지에 따라 필요한 식재료의 양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본다. 너무 많이 만들어 음식을 남겼다가는 버리기 일쑤고, 또 너무 적게 만들어 식사를 한 것 같지도 않아버리면 오히려 많이 만든 것 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배고픔까지 고려한 식사량을 예상하고, 식재료를 투입하여“음식”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남김과 부족함 없는 한 끼의 식사를 만들려면, 정확한 수요예측과 계측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투입되는 식재료의 양은 언제나 그렇듯이, 언제부터 냉장고 안에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재료들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 소비하지 않으면, 내 입이 아닌 쓰레기통으로 바로 들어가 버릴 것을 알기에 무리를 해서라도“음식”을 만들어 낸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세이의 법칙”처럼, 눈앞의 음식들을 보면 뇌하수체의 호르몬 작용으로 위장이 거뜬히 2배정도는 늘어나 더 먹을 수 있다고 작위적 확신을 되뇌인다. 물론 텅 빈 냉장고를 볼 때면 반대의 상황도 발생하지만, 모자란 듯싶은 부족한 음식은 밥솥에 있는 밥을 한 숟가락 더 밥공기에 얹으며 해결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덜 번거롭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양(量)과 효율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수학 기말고사 시간, 전교 1등의 답지를 우연히 보게 되어 답은 알고 있으나 풀이를 알지 못하는 수학문제처럼, 답은 알고 있으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일요일 저녁 가족과의 식사가, 단순히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한 1차원적 욕구 충족의 시간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다면, “배고픔을 없앴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겠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식사”가 아니라 단순히“배고픔을 채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며 생각이 든 것은,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양적 계량과 계측 그리고 효율적 관리의 과정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제약점을 해결함으로 전체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 성공적인 최종 과업의 수행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음식을 만드는데 화구(火口)가 2개 뿐이라, 적체된 식재료의 효율적 가열을 위해서 우선순위와 비우선순위를 정하여 음식을 준비하였다 한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음식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물론, 내 가족을 위해 직접 준비하는 한 끼의 식사와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대량의 레토르트 식품은 그 사용과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 “T. O. C”를 통해 과정 효율의 극대화를 달성하는 것과, 만들어 내는 제품이 개별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냐는 질문은 물론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다만, 관리보다는 시장의 요구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을 삼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드는 의문점 이었다.

 

개인적으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먼지처럼 지난한 매너리즘과 타성의 측면에서 바라본 T.O.C의 장점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가의 문제적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내 생활과 업무패턴이 분명한 개선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일요일의 저녁 식탁으로 돌아가 보자. 음식에 많은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식사”를 하는 것은 분명히“음식”만드는 것과는 다른 주제이다.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어떻게 먹을 것인가 하는 것도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식사”의 과정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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