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블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 오르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롱 블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커피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긴 검정"이라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커피와 매칭이 되지는 않았네요. 우리나라 사람에게 조금은 생소한 이 "롱 블랙"은 호주, 뉴질랜드 등 에서 주로 즐겨 먹는 커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익숙한 "아메리카노"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호주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도 있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알아서 롱블랙을 주는 카페도 있지만, "아메리카노"는 팔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카페도 적지 않습니다. 저와 같이 커피를 잘 모르고 주문하는 입장에서는 "아메리카노"나 "롱 블랙"이나 차이점을 알 수 없기에 그냥 줄만도 한데 말이죠.
본인들 문화의 자부심인지 아니면 커피에 대한 깊은 이해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호주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면 롱 블랙을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익숙해 지기 전까지 우리나에서는 "블랙커피"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제 더 이상 블랙커피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과 같을 수 도 있겠네요. 카페에 가서 "블랙커피"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종업원이 "아메리카노 말씀하시는 건가요?"라고 확인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
물이 먼저라면 롱 블랙, 커피가 먼저라면 아메리카노
사실 저 같은 커피 문외한이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롱 블랙과 아메리카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물을 먼저 넣을지 커피를 먼저 넣을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롱 블랙은 물 위에 샷을 넣기 때문에 "크레마"라는 커피 특유의 거품과 지방이 살아있어 풍미가 더 좋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롱 블랙보다 물을 더 많이 섞는다고 합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이런 차이가 커피의 맛을 크게 좌우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저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호주의 또 다른 커피 문화
더운 여름 "아.아"를 주문하여 벌컥벌컥 마시는 커피가 가장 익숙한 저에게, 호주에서 "롱 블랙"만큼이나 낯설었던 카페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스타벅스"가 호주에서는 유독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어디에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벅스"인데 유독 호주에서는 찾기 힘들죠.
호주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지역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는 로컬 커피숍들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은 제대로된 "아.아"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내가 얼음을 주문한 건지 커피를 주문한 건지 모를 정도로 얼음을 가득 채워 커피를 주지만, 호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많은 카페에서 우리 나리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커피를 만들어 주는 곳도 있지만, 많은 카페에서는 "뜨겁지 않은 커피"를 아이스 커피라고 생각하는 곳도 있는 듯합니다.
얼마전 가까운 곳으로 식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어느 카페에 들려 "아이스 롱 블랙"을 주문하였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호주에서는 커피 한잔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커피를 받았는데 뜨거운 커피를 주더군요. 종업원에게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고 이야기하니, 그 종업원의 답변은 "얼음 하나를 넣었는데, 하나 더 넣어줄까?"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괜찮다"라고 이야기하고 돌아서 나온 경험이 있네요. (위 사진의 커피숍 이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식히기에 얼음 한 조각은 턱없이 부족하죠.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 우리나라의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갑자기 그리워졌네요.(평소에는 한국에서 얼음만 많다고 불평을 했는데 말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