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세상 어느 누가 고점에 물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누가 봐도 고점이고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은 구간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매수를 하는 행동은 조금만 객관적으로 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주식시장에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기업 종토방에 가보면 고점에 물려 구조대를 기다린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짧게 보고 투자한 종목은 어느 사이 장기투자로 바뀌어 있고, 한번 미끄러진 차트는 다시 반등을 줄 기미는 보이지 않는 그런 답답한 상황을 계속 보게 되지요.
고점 매수는 아무래도 손실 위험이 큰 투자이기에 아무래도 조심을 해야 하지만 가끔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계속해서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매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네. 저를 포함해서요. 그 고점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는 바보는 바로 저입니다.
# 무엇을 매수하였나?
제가 고점에 매수한 주식은 2차 전지 관련 Tigher 2차 전지 K-뉴딜 ETF 였습니다. 지난 2월 19일에 매수를 하였으며, 이 후로 큰 폭으로 하락을 하여 현재는 대략 14,000원 중반대의 가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하락 중이네요.ㅜㅜ)
아래의 제 평균 매입가를 보면 거의 고점 부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ETF의 최고 가격이 18,985원이었는데, 제가 매수한 가격은 18,030원입니다. (네 물론 다행히도 고점에서 5% 빠지는 가격입니다.)
급등락 주를 쫓아 산 것도 아니고 안전하고 성장성이 좋다고 판단하여 2차 전지 ETF를 선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손익률은 무려 -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 왜 고점에 사게 되었을까?
제가 고점에 이 ETF를 매수한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2차 전지 관련주들이 저에게 나쁘지 않은 수익을 주었고 그에 따른 자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하건대 잘못된 불타기의 하나였네요.
같은 종목을 추가 매수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2차 전지 섹터가 수익이 좋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적인 희망으로 고점이라는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점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자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저는 개별종목이 아닌 ETF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한번 더 생각하면 충분히 거를 수 있는 선택이었기에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2차 전지 ETF를 구매한 또 다른 이유는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10월 다른 산업의 ETF를 구매하였으며 30% 이상의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차 전지 ETF를 보고 비교하게 되었으며, '그때 2차 전지 ETF 구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같은 기간 동안 2차 전지 ETF는 2배 가까운 수익률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는 첫 번째 이유보다 더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 왜 하락하였나?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동안 2차 전지 섹터를 강력 추천하던 많은 전문가분들도 일단은 관망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2차 전지 시장은 이제 막 개화되었으니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들고 가야 한다.', '추가 매수를 해야 한다.' 고 이야기하던 분들도 버티기 어렵다면 반등 시점에 정리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발생하였던 2차 전지 리스크와 지금의 리스크는 그 본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발생하였던 2차 전지 섹터의 주가 하락은 시장 전체의 동반 하락 또는 일시적 악재(LG화학 물적분할 등)로 인한 주가 하락이었지만, 지금의 하락은 2차 전지 산업의 펜더멘털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이슈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현 자동차 업계 1위 업체인 폭스바겐은 파워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한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배터리 내재화를 계획하고 그에 따른 경쟁이 심화된다면 2차 전지 기업들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관련 사업의 헤게모니를 완성차 업체에게 넘겨준다면, 2차 전지 기업들은 이제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관련 산업의 집중적 투자 또한 우리나라 2차 전지 섹터의 위축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적지 않은 비중을 2차 전지에 섹터에 투자하고 있는 저는 고민이 들 수밖에 없네요.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일단 계속해서 2차 전지 섹터에 투자를 지속할 예정입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만약 주가가 지속 하락한다면 추가 매수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기존에 매수하였던 2차 전지 기업들의 주식들이 그동안의 수익을 대부분 뱉어내기는 하였지만 아직 마이너스는 아니며, 2차 전지 ETF 또한 단기로 수익을 보기 위해 매수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로 본다면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며(ㅜㅜ),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2차 전지가 계속해서 성장해 갈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헤게모니도 반도체 사업을 생각하자면 충분히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반도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TSMC나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라는 중간제를 여러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자로 그들이 가지는 시장에서의 위치는 누구도 무시 못할 정도입니다.
2차 전시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내재화한다 해도 100% 내재화는 어려울 테니 반도체 시장과 같은 해결점을 찾을 수 도 있겠다는 희망 회로를 돌려봅니다. (물론 그때까지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결국 승자만 남게 되겠지요.)
결국 존버(?)를 하겠다는 결심을 조금은 장황하게 풀어보았습니다. 다만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투자를 한 잘못된 습관을 오늘도 다시 한번 반성하며 다음에는 이와 같은 실수가 없어야겠네요. 그리고 글을 쓰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야 겠네요.^^
요즘 시장이 많이 어려운데 모두의 성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