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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책 / 전미화 - 씩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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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을 먹을 땐 식탁이 너무 넓어보여요

- 책 중에서-


 

 

 나에게 "가족"은 항상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통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가족"에 대한 감정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족일지라도 항상 일정한 벽에 부딪혔다. 어떤 산보다 높게 느껴졌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하여 "가족"과 감정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가족들로부터도 메말랐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일부러 벽을 만들어 "가족"과 나를 분리시켰다기보다는 의식하지 못한 체 그렇게 지냈으며 그것이 특별히 불편하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특별히 모질거나 거친 가정환경도 아니었으며, 가족들이 일부러 나이게 심술궂게 군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풍파도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파고 없는 바다의 항해처럼 대부분 평범하고 순탄하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족과의 감정적인 교류를 쉽게 할 수 없었고 나는 결국 그것이 자신의 내면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고 사실 실제로도 그랬다. 
 
 어찌 보면 이기적인 판단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자식은 자신 위주로 상황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부모도 자식의 그런 선택을 못 미덥게 존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나의 가정을 꾸리면서 시작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는 그것이 이기적인 판단이더라도 자식의 선택이 어쩔 수 없이 존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의 관계에서는 내 선택이 존중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내 내면의 문제로 치부하고 모든 것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많은 곳에서 파열음이 올라왔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수도 없이 부딪혔다. 

 생각해 보면 결혼에 회의적이었고, 내 스스로도 자신의 성향으로 인하여 결혼이라는 생활 아래 어떤 문제들이 발생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문제와 실제 대면해야 하는 문제는 분명히 달랐다.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 같았던 많은 것들로부터 도전받으며 자신을 감정을 극도로 소모시켰고 그럴수록 사람에게 지쳐갔다. 

 상대방을 향한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하며 문제의 근원과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모든 노력들이 허사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점점 깊어져 그 끝을 알 수 없었고, 상대를 향한 미움은 점점 무거워져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져 이 골을 과연 다시 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쯤 결국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관계"의 고민이었다.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고 그 현상을 해결하려 하는 것을 그만두고, 상대방과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였다. 그 "관계"의 고민은 단순히 각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방법 중에 하나가 현실로 닥쳐올 예상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삶 속에서 심심치 않게 되뇌는 문장은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이다. 이 말이 평소에도 자신을 자극하는 단어였지만, 그 죽음의 대상을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부재로 바꾸었을 때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아픔은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라는 가정을 대면하게 될 때 알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상대방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 관계에 집중하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된다. 

 니체는 "만일 당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 내 삶을 견디는 이유라는 것은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아마 모두가 다시 첫 장을 다시 펴게 될 것이고, 빠르게 읽느라 놓쳤던 그림을 다시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단색의 바탕에 어찌 보면 무심히 그려 넣은 그림들은 비율이 무시되어 사람은 작게 사물은 크게 표현하였다. 내용의 후반 아이가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사람과 사물의 비율을 맞추고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하며 아이의 심리적 안정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아빠없이 커야 하는 그저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를 다룬 짧은 동화책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삶은 예상하지 못했던 자극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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