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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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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언제든 단 하나밖에 없어요"

 

- 1Q84 1권 23p 中 -


 

 처음 하루키를 접했던 책은..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실의 시대" 였다.

정확히 언제 "상실의 시대"를 읽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대학 초년 시절에 하루키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었던걸 생각해 보면.. 아마 고등학교 2,3학년 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그 시절... 대부분의 젊은이들처럼 "젊은 날의 고독과 방황"에 힘들어했으며,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위안을 받음과 동시에 점점더 깊은 고통속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한 시절이었지만... 치열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해주어 지금도 하루키의 대표적 신간들은 늦게나마 빠트리지 않고 읽고 있다. 

 

어찌되었든 "상실의 시대" 이후 하루키의 소설을 탐독하게 되었고..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양을 쫒는 모험, 스푸트니그의 연인, 렉싱턴의 유령 등 대부분의 하루키 대표작들을 읽게되었다.

 

하루키 소설을 읽을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데..

대학 시절 학교를 오가던 스쿨버스 안에서 하루키의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있을 때였다.

하교 하는 버스 옆자리에는 같은 학부의 한학년 후배가 앉아 있었고, 마침 그 후배가 나에게 무슨책을 읽고 있냐고 물어 보았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중에 하나가 음식,음악,성애에 대한 상세한 묘사인데

마침 조금은 낮뜨거운 부분이 펴진채로 책을 후배에게 건냈고...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 후배는 

나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며 "무슨 이런책을 읽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던 기억이다.

하루키를 모르는 그 후배의 무지함에 오히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왠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책과 작가에 대해 설명하여 지금 너가 들고있던 그 책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류의 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행동이 구차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별다른 대응 없이 그냥 그런 책을 읽는 사람으로 남기로 결정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다. 

이후 그 후배와는 왠지 어색한 사이가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잘한 행동이었다.

 

나의 그런 대응이 그 친구가 하루키의 소설을 이해하거나 책에 좀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없을 바에야 

섯부른 조언은 그저 잠시의 민망함과 내가 그런사람이 아니라는 오해를 풀기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별 쓸모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읽은 하루키의 소설은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으나, 1권을 넘기니.. 2~3권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초반부의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을 지나고 나면 소설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어 있다. 

책은 그동안의 하루키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남여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들을 교차시키듯 진행시키며 복선을 연결해간다. 

대부분의 하루키의 책처럼 쨍한 밝은날의 햇빛이 아닌, 흐릿히고 불투명한 안개에 휩싸인것 같은 은은한.. 한편으로는 침울한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이런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연결성이 없을것 같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가 지속되며 관계가 엮이고 부딪친다. 

리틀피플의 존재에 대한 적절한 설명없이 책이 마무리 되어 조금은 아쉬운 감도 들지만, 덕분에 후반부에 빠른 전개가 가능해 몰입도가 높아진다. 

소설이니 만큼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어 자세한 내용은 쓸수 없지만.. 잘 짜여진 스웨터처럼 촘촘한 플롯이 역시나 매력적이다. 

책을 다 일고 나서 "상실의 시대"를 다시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문장 같은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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