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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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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가 처참하게 뭉개진 부상자의 얼굴만 한 가치가 있을까요?"


- 본문 내용 11장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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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하여 안타까워할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다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이라는 단어가 구체성을 가지지 않기에 죄책감을 가지고 생각해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예전 아는 지인과 우리나라 아파트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나왔던 대화중에 "우리나라의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아파트에서 사람이 죽지 않고 공사가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네가 살고 있는 그 집도 누군가의 죽음을 바탕으로 올려진 건물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로소 지금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 어느 사람의 삶에 대한 희생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희생과 노력이라는 구분이 모호하지만, 노력은 내가 대가를 치르고 그들로부터 취하고 있는 것이며 그 대가를 넘어서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받는 것은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다. 내가 매일 운전을 하는 길도, 지금 앉아있는 20층 짜리 건물도,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아파트도 설령 진짜 누군가의 목숨을 건 희생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바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통계에 포함된 수치 이기에 실제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알 수 없는 건수를 고려 하자면 우리의 산업을 돌아가게 만드는 불가결한 원동력이 사람의 목숨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야간비행을 읽으며.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책 속의 문구 때문이었다.



다리를 건설하다 죽은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고민하거나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도 조금이라도 빨리 이 다리와 교통체증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지 그들을 추모하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다만 그런 것들이 사람의 목숨을 바칠 만큼 중요한 것이었나 하는 책 속의 질문에는 잠시 생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1930년대만 하더라도 지금의 GPS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이다. 현재의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GPS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어 사용된 것은 불과 199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그전까지 비행사들이 겪어야 하는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GPS가 없으면. 도로의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허다한데.. 단순히 지도와 자 또는 컴퍼스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방향을 찾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코 빨려 들어가면 안될것을 알면서도 기수를 위쪽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파비앵과 그러면서도 잠시나마 폭풍우 위에서 느꼈을 안락함이 어떤 심정 이었는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책을 오랜만에 읽으며 "어찌 이런 글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일부러 아름답게 만들려는 거추장스러운 수사가 아닌 각각의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하나의 문장과 문단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읽다 보니 작가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비행을 통한 끝없은 명상과 그 명상을 바탕으로 하는 글 작업이 생텍쥐페리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설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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